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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영웅본색 - 마지막 영웅의 모습 by pequt

영웅본색 - 마지막 영웅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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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많이 패러디 대상으로 봤던 영웅본색입니다. 간간히 일부 장면을 보긴 했지만 전체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나름 적당한 시간에 싼 아침표가 나와서 샀는데, 이건 의외로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극장을 찾느라 헤매는 바람에 처음 15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알고보니 역 바로 앞이었건만...

비록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엔 영화관에 혼자 가지 못하는 꼬마였지만 추억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 감각을 살려 볼 만 했습니다. 소마(주윤발 형님)가 돈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그 명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형인 자호(적룡)가 배신당하고 경찰에 체포당하는 초중반 이후부터니까요.

자호가 체포당하고 소마는 단신으로 술집에 들어가 배신한 상대 조직에 복수하지만 총에 무릎을 맞고 한 쪽 다리를 못 쓰게 됩니다. 그 유명한 풍림각 장면인데, 제 머릿속에 흐릿하게 있던 총격신보다 중요한 장면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퀼리브리엄의 건카타 원류는 총질이 아니라 여종업원이랑 치근덕거리면서 총을 화분에 숨겨놓는 장면같더군요...

이후는 출소하여 열심히 살려는 형이 경찰 동생(이젠 세상을 뜬 장국영)에게도 버림받고, 자신을 이용하려는 과거 조직원과 충돌하며 사사건건 좌절을 맛보고, 결국 소마와 함께 마지막이라고 크게 한탕하고나서, 동생에게 증거를 넘기고 타이완으로 뜨기 위해 선착장에서 벌이는 총격전으로 클라이막스를 맞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스타일리시한 총격전이 넘쳐나는 요새 영화 기준으로 보면 좀 우습기도 하지만, 비장한 감각이 압도적이며 우스워보이는 부분이 그걸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묻어나는 느낌은 홍콩 반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나른한 피로감같았는데, 그렇지만 주제의식... 지금은 많이 고리타분해진 주제의식은 곳곳에 묻어납니다(특히 소마의 마지막 대사와, 자호가 취직하는 택시회사 사장님). 그래서 배경으로 세기말, 영국 통치 말, 인생 갈데까지 가는 인간 말종(...) 등 온갖 "말"을 앞둔 영화이지만, 반대로 암울하기만 한 느낌 대신 "피곤하지만 아직 우린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지요. 엔딩 노래도 그렇고.

아쉽게도 이런 영웅심, 의협, 희망의 감각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영화인 "다크 나이트"에선 죄다 사라지게 됩니다. 그것은 다음 기회에.

ps. 허리우드클래식 극장을 찾아 들어가니 여기가 한 때 그 유명하다는 "10대 개봉관"이란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근처에 조금만 걸으니 서울극장에 씨너스... 아마 단성사로 생각되지만, 그렇게 두 군데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더군요.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1990년대 초에 잘 나가던 많은 극장은 문을 닫았고, 명보극장은 마침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가던 날 하루이틀해서 영화 상영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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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qut

2008/08/21 23:21 2008/08/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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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예술이란 게 반이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거든요.
백남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