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촬영도 금지되었고... 아, 다행스럽게도 플래시를 터뜨리며 파괴 행위를 자행하는 무식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여기까지 오니 여유롭게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찾아서 오랫동안 봐야지-하는 생각은 줄을 서며 진작에 사라졌고, 그 줄이 전시장 안에서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그림은 그냥 수박 겉핥는 식으로 슥슥 지나쳐버렸습니다. 정강이께에 놓인 그림 제목조차도 볼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래도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 빈 곳이 나서 말년을 보낸 곳에서 그렸다는 어떤 꽃 그림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미술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것이 없으니 늘어놓을 만한 말은 없지만, 종이에 인쇄된 물감의 두께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말하고 싶은 무언가... 전시장 안의 설명엔 "인간애와 예술을 향한 추구"라고 했지만, 저는 인간애가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 기분이었습니다. 적혀진 일대기에 나오는 그런 부정적인 느낌은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을 넘는 어떤 시선을... 그래도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이 느낀 것도 많아서 말 한 마디를 그럴듯하게 더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좀 천박하게 말하자면 몇십 억씩 주고 그림을 산다는 사람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감동은 걸어놓고 닳도록 보는 사람들일수록 점점 닳아서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아예 대놓고 투자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저리 치우고...


Posted by peq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