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 란치아 스트라토스 (Alitalia 컬러)

이탈리안 아방가르드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파격적인 자동차나 슈퍼카를 꼽으라고 하면 이탈리아 자동차가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유럽 나라에 그런 파격적인 자동차가 적어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이탈리아에 유명한 자동차 디자인 회사가 많아서 그런건지?

하여튼 이번 글에 소개할 모델은 단 하나, 란치아 스트라토스입니다. 디자인은 지금 봐도 전혀 옛날 차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미래적이며, 향후 랠리에 접근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버린 차이기도 합니다.

재미없는 규칙 이야기

앞 글에 등장한 1960년대의 자동차를 보면, 기본적으로는 전부 공장에서 만드는 양산형 모델입니다. 모터스포츠가 K-1같은 이종격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F1 모델과 미니가 같은 대회에 나오는 것은 넌센스겠죠. 그래서 FIA(국제 자동차 연맹)는 이런저런 규칙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럼 1971년의 차량 규제 요약을 잠시 보시죠.

1971년 FIA 차량 규제 부칙 J


규칙을 잘 이용하면 경쟁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로, 이 규칙 때문에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그룹 3 자동차를 자유롭게 개조한 다음에 그룹 4로 인증을 받겠지만, 란치아에서는 오직 랠리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룹 4로 인증만 받으면 되는 특별한 차를 500대만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규칙의 헛점을 이용한 것이죠.

불꽃같은 생애

란치아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피아트 그룹 산하로, 당시 피아트에서 막 주식 과반수를 가지게 된 페라리의 승용차 생산부문과 같은 계열이었습니다. 이런 란치아에서 만든 스트라토스는 난항과 우여곡절끝에 페라리 엔진을 싣게 되었습니다. 차체도 이미 "있는 차를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랠리를 노리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승리로 향하는 길은 이미 닦여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출전한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스트라토스는 WRC에서 연속으로 메이커 종합 우승을 차지하고, 특히 1976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선 1, 2, 3위를 모두 차지하며 최강임을 여지없이 증명했습니다.

이렇듯 위풍당당하게 잘 나갔지만, 규정에 맞춰 500대가 조금 못 미치게(492대로 알려짐) 만들어진 스트라토스는 분명 장사에는 딱 생각한 만큼만(이미지 개선) 도움이 되고 그쳤을 것 같습니다. 앞서 나온 미니도 알피느도 포르셰 911도 모두 공장에서 만들고, 아무나 돈만 있다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동차였지요. 하지만 500대도 안되는(그나마 몇십대는 경기하러 나가서 성치도 않고), 모양조차도 특별한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차를 대체 어느 누가 쉽게 타고 다닐 수 있었을까요. 투스카니 정도라도 시장바닥에 몰고 나오면 조금은 시선을 받지 않나요-.-?

결국 피아트에서 스트라토스 대신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4인승 자동차인 피아트 131 아바스를 출전시키기로 하면서 1978년을 마지막으로 스트라토스는 웍스 팀의 활동을 접게 됩니다.

그러나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팀에 넘겨진 스트라토스는 웍스 팀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에도 계속 선전했습니다. 1979년에는 웍스 팀의 131 아바스를 3위로 밀어내며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 1980년엔 131 아바스 사이에서 2위를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고강함을 과시했습니다.

1980년을 마지막으로 스트라토스의 기록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습니다. 1981년엔 란치아에서 랠리 출전을 위해 새로운 자동차 037을 발표했고, 1982년부터 숫자 그룹 시대는 사라져 스트라토스는 짧은 생애를 완전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스트라토스의 여파

"승리를 위한 특별한 차를 조금만 만들어 인증을 받아 출전"하는 개념은 규칙이 바뀌고 나서는 아예 공식적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스트라토스가 물러난 이후 WRC에 출전하는 메이커는 전부 특별한 모델을 만들기는 했지만, 스트라토스같이 완전히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독특한 모델이 아니라 평범하고 대중적인 차의 가면을 쓴 고성능 모델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스트라토스는 기어이 랠리 역사의 유일무이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다음 글에 주로 다룰 시대는, 그 전체가 불꽃같이 빨리 흥하고 빨리 저물어버린 시대로, 안타깝게도 많은 목숨을 앗아간 시대이기도 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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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qut

2006/09/09 01:51 2006/09/0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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